제천시에는 4급 자리가 5개국(局)과 1개 단(團), 그리고 보건소와 농업기술센터가 있다. 전체 정원 1,215명의 0.6%에 해당 한다. 9급으로 출발한 공무원에게는 사실상 오르기 힘든 로망에 가깝다. 이들은 담당 부서를 통솔하면서 시장과의 가교 역할과 때로는 업무추진에 있어 중요한 결정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민선시대에 들어서면서 국장 자리가 자질과 능력과는 상관없이 연공서열에 따라 시장과 가까운 과장이 낙점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짧게는 6개월, 길어야 1년6개월정도 자리만 차지하다가 퇴직한다. 지방공무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국장이 신분상승의 자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폐해는 민선8기 들어 더 심각하다. 청내외에서 제천시에 국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시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현수막이 온 시내에 내걸려도, 전임 시장이 “새빨간 거짓말로 시장에 당선됐다”고 현 시장을 공격해도 누구하나 대응이나 해결을 위해 나서는 국장이 없다.
물론 이들 사안이 국장들로 인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그들이 나서야하는 의무도 없다. 하지만 고위직의 권한을 누리면서 시정에 대한 책임과 업무를 나몰라라 한다면 국장이라는 자리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다. 더구나 국장급인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부하 직원의 하극상 논란으로 망신을 사고 있다.
그런의미에서 보은군이 충북도내에서는 처음으로 국(局)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행정조직 개편에 나선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치행정국’과 ‘산업경제국’을 없애는 대신 ‘기획감사실장’과 ‘경제정책실장’을 4급이 맡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은군은 인구 10만명 이상으로 제한되던 ‘국’설치 기준이 완화되면서 2019년 2개 국을 설치했다. 하지만 결재라인만 추가돼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국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보은군은 인구 3만8백62명으로 제천시 용두동(19,119명)과 신백동(10,770명)을 합친 것에 불과 하다. 공무원수도 6백81명으로 제천시(1,193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렇듯 제천시와는 비교 가 안되지만 참고로 할 필요는 있다.
기획예산과장, 자치행정과장, 투자유치과장 등 핵심 부서 과장의 직급을 올려서 국장 역할을 하는 방안은 어떤가. 만약 국폐지가 사실상 어렵다면 연공서열이 아닌 업무 능력과 자질을 기준으로 승진시키고, 제대로 일을 안하면 4급이라도 읍면동사무소에 발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할 부서가 행정지원국은 8곳인 반면 도시성장추진단은 2곳에 불과한 편차도 다시 손봐야 한다.당장 7월 예정된 인사에서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홍영기